도피


(ESCAPE)

도피(逃避)는 불안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다. '도피'란 자기 자신임을 전면적으로 버리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에 의해서 아무런 불안도 느끼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도피의 방향은 크게는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보다 큰 집단에 맡겨 버리는 길이 있다. 그것은 국가라도 좋고, 가정이라도 좋고, 기업이라고 해도 좋으며 조직이라도 좋다. 어떻든 무엇인가의 집단과 일체화하는 것으로 해서 자기를 전면적으로 보다 큰 집단에 맡겨 버리고 말아서 그에 따라 자기의 책임을 방기(放棄)하는 것이다. 둘째는 일상적으로 자기의 마음을 끄는 것에 의해서 자아라든가 이데올로기와 같은 자기를 괴롭히는 문제를 잊어버리는 길이 있다. 찰나적 향락이 이러한 도피의 일반적 형태이다. 셋째는 어느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주체성을 찾고, 거기에 만족하는 것을 찾아내는 길이다.

이 한정된 범위 안에서는 그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을 한걸음 넘어섰을 때는 그는 자기를 상실하고 파동(波動)에 몸을 맡기고 만다. 소위 마이홈(my home) 주의 등이 이 예인 것이다. 물론 도피의 이러한 방향은 현실 생활에서는 서로 중첩되어 있다. 예를 들면, 마이홈 주의자는 어느 의미에서는 찰나적 향락을 가정에 찾고 있는 것이며 또한 밖에서는 용이하게 기업과 일체화하고 있는 것과 같다.